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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민심을 달구고 있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은 15년 만에 등장한 나훈아의 노래와 발언에 환호했다. 소신 발언도 주목받았다. 한 평론가는 그의 무대를 “공감과 위로”라고 평가했다. ‘정치 없는’ 정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여야는 ‘나훈아 현상’마저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데 급급했다.

추석 연휴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나훈아의 노래는 아픈 역사와 사회적 약자를 어루만지며 공감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명자’라는 곡은 산업화시대 여성들의 희생을 다독이는 헌사였다. 공연에서 직접 부르진 않았지만 신곡 ‘엄니’는 5·18민주화운동으로 스러진 망자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는 이 곡을 1987년 카세트테이프로 만들어 유족에게 전하려 했지만 노태우 정권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소신 발언
여 “민주주의 핵심” 야 “언중유골”
반정치·양극화 정치 심화 우려도

나훈아는 공연 중간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을 향해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분, 또 간호사 여러분이 우리의 영웅”이라고 응원했다. 50년 외길을 걸어온 노장의 위로는 ‘어른 부재’ 시대에서 길 잃은 시민들을 끌어 모았다. 한 정치인은“나훈아의 말은 코로나19 이후 국가와 리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테스형!>이라는 곡에선 세상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겸양’을 말했다. 나훈아는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라고 말한다. 자신을 돌보지 못하면서 정작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제자 알키아비데스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것을 지금 현실로 끌어왔다. 그러면서 “세상과 사랑이 왜 이래?”라고 되묻는다. ‘공’이라는 노래에선 어지러운 시절이지만 세상을 이끄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평범한 시민들의 주인된 삶을 응원했다.

나훈아의 무대가 정치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들이다. ‘반지성’으로 폄훼됐던 대중문화의 대표주자가 평범한 일상을 위로했다는 점에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정치가 내부 논리에 갇혀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나훈아의 무대가 대리만족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나훈아 신드롬’의 그늘도 없지 않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정치적 ‘반엘리트주의’에 편승한 측면도 있다. ‘유관순 누나’ ‘테스형’이라는 호칭은 빈곤한 젠더 의식을 드러냈다. 이는 ‘성공한’ 비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이 통상 반(反)정치와 양극화 정치를 심화하는 불씨로 작용했던 경험칙과 무관치 않다. “노래는 노래일 뿐 과도한 의미 부여는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말은 나훈아의 무대가 이런 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여야는 ‘나훈아 현상’을 각자 입장에서 소비하며 설전을 벌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나훈아 선생 말씀 중에 현실 비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권력자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가 키워드”라고 했다. 반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나훈아 발언의 핵심은 민주주의”라고 반박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도 “나훈아의 말이 문재인 정권 비판 민심인 것처럼 난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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